살만 칸의 책, 『나는 AI와 공부한다』를 읽었다. 제목에서부터 뭔가 “AI 홍보책 아니야?” 하는 경계심이 먼저 들었는데, 막상 읽고 나니 꽤 현실적인 고민과 실제 사례가 중심이라 오히려 몰입해서 보게 됐다.
칸아카데미가 어떻게 AI를 도입하고 있는지, 그걸 단순히 기술적 성과가 아니라 교육의 본질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특히 ‘칸미고(Khanmigo)’라는 AI 튜터 사례는 이론이 아닌 실험을 하고 있는 실제 모델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담론 이상의 설득력이 있었다.
<교육받은 용기(educated bravery)>
갑작스러운 기술 발전에 맞닥뜨렸을 때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합리적인 두려움을 인정하고 그 기술이 가져올 도전과 잠재력을 이해하는 데서 얻게 되는 용기
이 기술에서 최고의 가치를 끌어내기 위해 지금 가능한 일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기술이 가하는 위협과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 망설임을 누그러뜨릴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
AI는 교사를 대체하는가?
이 질문으로 책은 시작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 오히려 교사를 더 중요하게 만든다”가 저자의 입장이다. 칸은 AI가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은 맡을 수 있어도, 학생의 감정, 맥락, 창의적인 사고를 끌어내는 건 인간 교사의 몫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AI는 "틀렸어"라고 말하지 않고, “왜 그렇게 생각했니?”, “이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도 풀 수 있을까?”라고 질문을 던진다. 이게 무슨 차이를 만들까 싶겠지만, 학생이 사고를 지속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완전히 다른 수업 구조가 만들어진다.
중요한 건 ‘답을 주는 AI’가 아니라 ‘생각을 유도하는 AI’
이 부분은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남았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정답 맞히기’를 학습의 핵심처럼 여겨왔다. 그런데 AI는 이제 그 정답을 너무나도 쉽게 알려줄 수 있다. 그러면 교사는 뭘 해야 할까?
살만 칸의 대답은 명확하다. 교사는 질문하는 사람, 학생의 사고를 안내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 역할을 AI와 분담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개인적으로 이 지점이 꽤 설득력 있었다.
교사의 자리를 지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교사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의 형식도, 목표도 재설정해야 할 때
AI 기반 학습 도구가 단순히 보조 수단을 넘어서 학습의 ‘형식’을 바꾸고 있다는 걸 이 책은 강조한다. 학생은 자기 속도에 맞춰 배우고, AI는 실시간으로 이해도와 오류를 파악해 조정해준다. 그러면 학습자는 더 주도적이 되고, 교사는 더 설계자가 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기술보다 철학이다. 살만 칸이 이야기하는 건 단순한 디지털 수업이 아니라, 개별화된, 질문 중심의, 사고 기반 교육으로의 전환이고, 그 중심에 AI가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제안이다.
정리하자면…
『나는 AI와 공부한다』는 AI 시대의 교육에 대해 “기술이 교사를 밀어낸다”는 공포가 아니라, “기술을 어떻게 협력자로 삼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책이다.
교육자로서, 혹은 학부모로서 AI를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인다면 그 다음 질문은 ‘그럼 어떻게 쓸 것인가’일 텐데, 이 책은 거기에 대한 꽤 구체적인 대답을 제시해준다.
기술 얘기가 아니라 교육의 본질과 방향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기도 하다. 조금 생각이 많은 날, 혹은 수업 준비하며 “앞으로 나는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할까?” 고민하는 이들에게 가볍게 읽히지만 묵직하게 남는 책이었다.
📘 살만 칸 『나는 AI와 공부한다』, 웅진지식하우스, 2024.